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머니투데이 전형주 기자 2024.04.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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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전 음주 뺑소니와 사체 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방송인 조형기가 파기환송심 끝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뉴스1 DB30여년 전 음주 뺑소니와 사체 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방송인 조형기가 파기환송심 끝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뉴스1 DB


30여년 전 음주 뺑소니와 사체 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방송인 조형기가 파기환송심 끝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조형기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 선고를 받자 변호인을 전관 변호사로 교체했는데, 이것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25일 머니투데이의 취재를 종합하면, 조형기의 집행유예 판결을 이끈 중심에는 A 변호사와 B 변호사가 있다.



조형기는 1991년 8월4일 7시50분쯤 술에 취한 채 강원도 정선 북평면 방면 42번 국도에서 시속 약 80㎞로 차를 몰다 32세 여성을 쳐 숨지게 했다. 날이 어두운 데다 비로 인해 노면이 미끄러워 대형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조형기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0.08%) 수치를 한참 웃도는 0.26%였다. 그는 숨진 여성을 사고 현장에서 약 10m 떨어진 수풀에 유기하고 도주했지만, 다음 날 아침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 차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3년,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전관 변호사의 등장…판결 뒤집혔다
방송인 조형기. /사진=최부석 기자 my2eye@방송인 조형기. /사진=최부석 기자 my2eye@
2심까지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재판받던 조형기는 1992년 7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변호인을 A 변호사로 교체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A 변호사는 부산지법, 서울고법을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전관이다.

A 변호사는 검찰이 조형기에게 적용한 유기도주치사죄(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아 효력을 상실했다며 상고했고, 대법원은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헌법재판소는 그해 4월 유기도주치사죄가 살인죄보다 법정형이 무거워 형벌체계상 정당성과 균형을 잃었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인 A 변호사가 법리적 허점과 오류를 잘 공략한 셈이다.

법원장에서 변호사로

검찰은 기존의 '특가법상 도주 차량 혐의' 대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과 사체 유기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에 조형기는 그해 11월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B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하고 대응에 나섰다. B 변호사 역시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서울지법 수원지원, 서울고법 등을 거쳐 법원행정처 차장, 서울고등법원장을 역임한 전관이었다.

특히 B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장직에서 퇴임한 지 석달밖에 안 된 상황이었다. 자신이 법원장으로 있던 법원의 사건을 맡은 것이다.

A 변호사와 B 변호사는 조형기가 음주 뺑소니를 한 것은 맞지만 사체 유기를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사고 당시 조형기의 손과 무릎 등에 묻어 있던 살점과 혈액에서 피해자의 DNA가 검출됐다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사체 유기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형기가 사체를 유기하지 않았다면 손과 무릎에 피해자의 혈흔이 묻었을 리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조형기가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조형기는 2016년 방송된 웹 드라마 '나는 취준생이다'를 끝으로 연예계를 떠났다. 2020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재기를 노린 그는 비판 여론에 휩싸이자 4개월 만에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조형기는 2022년 미국에서 목격담이 전해지면서 이민을 간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다만 그는 아직 국내 거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4월 원로배우 한지일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조형기 소식을 전하면서 근황이 알려졌다. 오랜만에 전해진 근황에서 조형기는 자신의 포르쉐 승용차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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